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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07일 (월) 10:22 [제 391 호]
골프 이야기(9)

이순의 나이 물흐르듯 자연스런 타격 경험한 이준석 프로
오직 나만의 기술 연마위한 끝없는 연습
△박진희 JPGA PRO
시커멓게 태워진 논둑위로 초록 쑥이 돋아나고, 씀바귀가 봄볕을 만끽하는 3월의 중순이면, 필자는 이유 없이 가슴이 설렌다. 예나 다름없이 정원까지 찾아온 잡초며, 키 큰 소나무 병풍 주변에 피어나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신명난다. 이때부터 거의 한 달여 동안 진달래와 개나리로부터 산 복숭아와 산 벚꽃으로 이어지는 봄 잔치가 무르익어 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벚꽃도 모두지고 연두 빛 잎사귀들이 초록으로 짙어만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조화 속에 축제는 더욱 화려하다.

겨우내 죽어서 멀대같이 우두커니 서있던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짙은 꽃향기와 꿀벌들의 난무로 주변의 자연을 동화시키고, 급기야 필자의 서재와 침실로 밀려올 것이다.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물으면/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아니하니/ 마음이 절로 한가하도다/ 복사꽃 싣고/ 물은 어디론가 흘러가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왜 사냐 건 웃지요」라고 어떤 시인이 노래했다지만, 천년도 더된 오랜 옛날 이 백의 시 「산중문답」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우리네 도회지의 회색빛 삶은 늘 그러하듯 혼탁한 어둠의 시각에 시작되고 또 끝난다. 그 하루하루는 화살이나 길, 인간의 질주와 같이 목표를 향해가듯이 길다란 모습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는 태양이나 신과같이 영원하며 변함없는 것들의 모습이 그렇듯이 「둥근」모습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저 사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매일같이 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기만 하면 매 순간 우리의 진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임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지나는 것인지 혹 모른다. 『사람들은 삶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삶은 둥글다』고 화가 반 고흐도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생명의 아침 산길에서 만나는 호젓한 나의 모습은 둥글다』며 고 시인 조 보스케는 말했었다. 이는 생명의 중심을 향해서 존재가 집중되기 때문은 아닐까?

새싹이나 떨어지는 꽃잎을 보아도, 남한강위로 죽창처럼 쏟아지는 봄볕을 보아도, 집 옆 소나무에 흩뿌리는 빗방울을 볼 때에도, 겨울철 흰 눈에 뒤덮힌 산야를 볼 때에도, 생명의 감각중추를 싱싱하게만 열고 있다면, 매 순간의 삶은 둥글고 가득찬 기쁨으로 넘쳐날 것이다. 우리 주변을 순간 돌아볼 일이다. 때론 우리의 덧없는 삶이 둥글게 익은 과일이 되어 떨어질지라도, 오직 둥글게 되어진 다음에야 떨어질 것임을 믿자. 필자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어께의 회전근과 이두근이 일부 끊어지고 연골에 작은 금이 가거나 두어 곳에 물이 괴는, 프로골퍼로서는 사형선고와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해서인지 늘상 보아왔던 자연이건만 왠지 애착이 더 느껴진다.

골프 역시 그렇다. 어린시절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고통도, 그 피와 같은 땀들도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향후 선수로서의 활동은 어려울 것 같다는 전문의의 말에 깊은 충격으로 와 닫지 않는 이유는 또 뭘까! 그러나 채널을 돌려 세계의 남녀, 혹은 전설과도 같은 챔피언스투어의 경기 장면을 볼 때면, 더더욱 그들의 인내와 고통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여유(?)를 받아들이게 된다.
엊그제 60이 넘은 이준석 선배는 4월에 있을 시합을 앞두고 하루 700여개의 볼을 친다는 얘기를 전해왔다. 연습이 끝나갈 무렵에 이르러서야 볼에 임팩트를 가하는 순간, 그저 무아지경에 이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로 수 십년 볼을 수백만 혹은 그 이상 볼을 때려보았지만, 이순의 나이가 차서야 물 흐르듯 자연스런 타격에 눈뜰 수 있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밥 먹 듯 언더파를 양산하고 있다. 이 선배에게 갈채를 보낸다.

혹 모른다. 필자는 멀쩡한 오른 팔을 가지고 화장실이며 혹은 병실에서 스윙동작을 해 본다. 춘천의 최 프로는 오른 팔 없이 프로가 되었는데, 나도 왼쪽어께를 쓰지 않고 타격하는 오직 나만의 기술을 연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님, 함께 사는 연습부족으로 조금은 넉넉해진(?) 정옥희 프로에게 희망을 걸어 볼까! 그녀의 백을 오른 어깨로 멜 수 있으니까 하는 생각들로, 저 지는 노을이 오늘따라 아름답게만 보인다. 무슨 색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말이다.
ⓒ 박진희 JPGA PRO/P&J 골프아카데미 원장
jinepro0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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