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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골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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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13일 (수) 17:58 [제 394 호]
골프 이야기(12)

정원은 혼란과 고통에 찬 영혼에 평화의 쉼터
코스의 구석구석을 가꾼 숨은 공로에 감사하며
△박진희 JPGA PRO/P&J 골프아카데미 원장, P&J 골프컨설팅 대표

한 여름철 정오의 그것 같은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 오후의 시골은 한가롭기만 한데, 문득 저 남쪽지방의 여름철 무화과나무의 그늘이 그립기만하다. 아마도 잎사귀의 크기 만큼은 오동나무와 같은 커다란 잎사귀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그 큰 잎이 마치 거인 걸리버의 손바닥처럼 턱 받치고 있는 모습 말이다.

옛날 왕의 행렬에 나선 대형 부채를 연상하고는 마치 잠시지만 여름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적당히 드러누워 졸다 자다하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쯤 내가 알고 지내던 지인과 친구 동료 그리고 제자들은 어느 한적한 야산의 페어웨이와 티잉그라운드 또는 파아란 그린, 그리고 사금처럼 빛을 내는 벙커 안에서, 혹은 헤저드의 주변에서 빠진 볼을 건지고 있거나, 클럽을 들고는 목표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아님, 함께 나선 동반자들과 방금 전 샷의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의 촌평들을 늘어놓으며, 호탕하게 웃을 것이다. 혹은 맘과 같이 잘되지 않는 스윙에 어거지 미소를 짓거나, 화가 잔뜩 나있는 표정으로 페어웨를 째려보고 있을런지 혹 모른다.
그리고 각자의 시합코스에서 신경전에 비지땀을 흘리거나 캐디와 함께 거리와 방향 그린의 경사를 예측해보며 야데지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충청도 연기군에 살던 소갈산 대갈산의 (임)안수와 학수가 그리워지고, 따따거리며 마치 시비조의 첫인사를 건내던 울산의 꼬마친구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한 30년 쯤은 족이 되고도 남을 그 어린시절 옛날 시골 이발소의 둘째 딸이 학교 유리창을 닦다 2층 화단 아래로 떨어져, 여럿이서 리어카에 싣고 교문을 나서던 그 신나는(?) 기억을 잊지 못한다.

여름날 초등학교 운동회의 그 많은 만국기들, 김밥과 삶은 계란, 그리고 콜라의 그 톡 쏘는 맛을 기억하며 지금 입맛을 다시고 있는 지도 혹 모를 일이다.

『나무여, 그들이 너를 잘라 버렸구나/ 너는 너무도 낯설고 기이한 모습으로 서 있다!/ 수백년 겪은 고통 끝에/ 남은 건 고집 뿐이로구나!/ 너도 나와 같다, 잘려 나가고/ 고통 받은 삶을 떨치지 못하고/ 날마다 고통을 딛고 일어선다/ 내안에 있던 부드러움과 연약함은/ 세상에서 죽음으로 내몰리고 조롱 당했다/ 그래도 나의 존재는 파괴되지 않아/ 나는 자족하고 화해했다/ 수천번도 더 잘린 나뭇가지에서/ 나는 끈질기게 새 잎을 내 민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꿋꿋이 나는/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가지가 잘린 떡갈나무>라는 시다. 1877년 남부독일의 작은 산간도시 칼브에서 태어난 헤세는 자연과 함께 자란 덕에 인간과 자연의 근원에 대해 사색하는 습관이 길러쪘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후 스위스의 한 시골에서 은둔하면서 인도와 중국의 책들에 심취하는 한편,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헤세는 거주지를 옮길 때 마다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은 그에게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혼란스럽고 고통에 찬 시대에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장소가 되어 주었다.

위의 시는 헤세가 1908년 3월 <신 비엔나 일보>에 처음 실리기 시작했던 「즐거운 정원」에서부터 1918년 12월 <노이에 룬드샤우>지에 게재된 글들을 모아 엮은 <정원 일의 즐거움>이란 책에 실린 글이다.
정원 일을 하면서 자연과 인생의 비밀을 성찰하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노라면 인간과 세계의 운명, 늙음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게 한다.

이럴 즈음, 우리가 코스를 돌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기쁨으로 동반자의 얼굴을 바라보게하는 주변의 조경과 코스의 레이아웃을 한 코스설계자, 그리고 아름다운 코스로의 역사를 새로이 이룬 시공자와, 여태까지 우리가 코스를 돌며 거치적거림(?) 정도로만 여겨지던 그린키퍼들에 대해, 그리고 왜 그런지도 모르고 그저 잔디와 식재된 조경수와 화단의 꽃들을 제외하고는, 민들레며 씀바귀, 잔솔 싹과 고사리며 토끼풀을 뜯느라 수고한 아주머니들 모두에게 골프신의 은총 있으라!

ⓒ 박진희 JPGA PRO
jinepro0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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