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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골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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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04일 (금) 10:55 [제 411 호]
골프 이야기(24) 정직한 골프

동사를 막으려는 나무들의 필사적 노력, 낙엽
버리고 사는 삶, 일깨워주는 자연의 섭리에 숙연

△박진희 JPGA PRO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중략-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 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에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난다.」 -하략-

가산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며」의 일부를 옮겨 보았다. 가산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여름엔가 어느 지인의 소개로 가산의 고향 봉평을 들른 일이 있었다. 왠지 올해의 낙엽은 더더욱 스산하게만 느껴진다. 그때 이효석의 생가와 메밀밭, 허브농장, 깊은 흥정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필자의 귀에 선하다. 오래전 충남의 수덕사에 들른 적이 있는데, 인적이 드문 해질무렵에 들려오는 절 입구의 좁고 깊은 계곡의 물소리가 필자의 심장을 멎게 했던, 그 충격만큼이나 검푸른 5척 계곡물이 커다란 바위위에 포말로 부서지며 아래로 아래로 흐르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필자의 집은 배산임수 풍수를 지녔다.
물론 앞의 물길 뚝을 따라 신작로가 난다하여, 땅값은 올랐는지 모르나 틀림없이(?) 답답해질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서남쪽에 드리워진 녹음이 위안이 될 것이다. 이제 가을이 오고 옷을 벗어 동사를 막으려는 필사의 노력은 나무들만이 느끼는 「버리고 사는」 삶을 우린 매해 보고 있다.
앙상한 가지들로 죽은 듯 서있는 참나무 사이로 간간이 뵈는 우리 소나무의 모습이 왠지 봄, 여름, 가을 내 그늘이라는 고문 속에 버텨낸 흔적인양 처량하다. 잎이 너른 낙엽송들의 그늘을 피하려 위로 만 고개를 쳐든 모양이 나무 몸체에 잔해로 남았는가 싶다.

근처의 유명 골프장 공사를 하고 있는 지인이 말하는, 이젠 쓸만한 소나무가 귀해졌다는 말이 실감난다.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이 애국가의 한 소절이 아니더라도 한국을 대표할 만한 나무가 소나무 임을 우린 잘 알고 있다. 특히 암회색의 두터운 외피가 거북 등 처럼 갈라져 있어, 필자가 어린시절 배 모양으로 조각하여 볼펜잉크를 꽁지에 뭍혀 두면, 잉크와 물의 분리현상으로 진짜 배 인양 물위를 앞으로 나아갔던, 그 두터운 소나무 껍질을 생각해 본다. 그런 소나무 껍질을 이젠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아쉬운 일이다.

주로 백두대간의 태백준령 7부능선에 서식하는 적송은 안면도 일대와 하남 검단산 일원 소금강 쪽, 경남 창녕의 화당산 명천계곡,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경계의 음봉산(999m)의 동쪽으로 흐르는 구수곡 계곡 등에 분포 서식한다. 보통 소나무 보다 생장속도가 3배 이상 느리고 곧게 자란다. 심재가 붉어서 적송이라고 하며, 금강송, 회양목이라고도 한다.

조선조의 궁궐, 대형 사찰 등에서 주로 사용해 온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목재다. 오죽하면 금강송을 베면 곤장에 처했고, 10주 이상 벨 경우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네 선조들이 금강송을 얼마나 귀히 여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강원 원주, 태백, 경북 울진 등의 금강송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현대에도 경복궁 등의 보수 등 문화재의 개보수에는 이 적송을 사용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 는 금강송, 아니 우리의 소나무에 새삼 애착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정원수는 소나무, 그 중에서도 향나무처럼 옆으로 퍼져 우산모양으로 소담스런 미송이나, 억제된 상태로 자란 가부리와 분재, 무엇보다 금강송이 최고로 꼽힌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자주 찾는 골프코스엔 이런 종류의 소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목재를 땔감으로 사용치 않은지 수십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산하는 푸르다 못해 시커멓다. 외려 가을이면 떨어져 쌓이는 낙엽들로 인해 산불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산엔 나무가 살아야하고, 들엔 농익은 곡식이 풍성해야 제격이다. 물론 골프코스엔 형형색색의 골퍼들로 붐벼야 맞다. 코스에 나서는 골프매니아들은 코스 주변에 묵묵히 서있는 우리 소나무를 볼 때마다 남다른 애정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 박진희 JPGA PRO(P&J 골프아카데미 원장, P&J 골프컨?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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