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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6일 (수) 17:10 [제 712 호]
구의역사고 1주기에 부쳐1987년 청년이 2017년 청년에게

지금도 여전히 비정규직, 안전 문제는 계속되고 있어
청년들이 위험한 일 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은 사라져야

△글 박운기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서대문 2선거구
1987년 22살의 청년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지고 대학을 떠나 공장에 들어갔다. 당시 공장이 처음이었던 20대는 간단한 기계조작법만 배우고 바로 작업에 투입되었다. 당연히 안전교육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장일은 화장실을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게 돌아갔고 시간 내에 꼭 마감을 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선배나 관리자들에게 욕을 먹기 일쑤였고 당연히 월급도 깎였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진 어느 날, 마감 10분전 오후 5시 50분 기계에 물건이 걸리자 순간 무의식적으로 그 청년은 손을 기계에 집어넣었다. 얼른 마감을 하고 퇴근하겠다는 생각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기계에 손을 넣은 청년은 그날 손가락을 잃었다. 다행히 그는 구의역 19세 청년처럼 죽지는 않았다. 다만 손가락을 잃고 장애인이 되었을 뿐이다. 병원을 달려온 그의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그래도 자식이 살아있음을 감사할 수 있었다. 이쯤이면 아는 분이 있겠지만 1987년의 그 청년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50세 박운기다. 작년 구의역사고를 보면서 나는 문득 내가 2017년 오늘날 청년으로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는 민주화가 되었고 경제는 더욱 발전했는데 청년, 비정규직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고 심지어 더 나빠진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구의역에서 19세 청년노동자가 사고를 당해 사망한 지 1년 하고 1달이 지난 때이다. 나는 당시 교통위원회에서 막 도시계획관리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긴 상황이라 직접적으로 현안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다만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장 명의로 지하철 안전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각성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시민단체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정도의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사회적 파장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나는 지하철안전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적어도 서울시에서는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최소한 컵라면도 먹지 못하고 위험한 일을 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어져야하지 않겠는가? 지난달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는 관련 시민단체와 노조와 함께 구의역사고 1주기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일 발표자와 토론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비정규직, 안전 문제는 계속되고 있었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 문제해결을 하려는 서울시정책도 사람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로 신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구입하는데 그치고 있었다. 9호선 당산역에서 또 스크린도어 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는 언론보도가 뒤를 이었다. 작년에 내가 품었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더 흘려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해야 조금이나마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1987년의 청년은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그래서 공장에 갔다. 그는 손가락을 잃고 장애인이 되면서 한동안 세상에 대한 원망을 무척했다. 당시 장애인은 길을 지나다가도 병신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 나는 적어도 살아남았고 가정을 이루었다. 기성세대로서 그래도 세상은 좀 더 좋아졌다고 낙관했다. 그런데 2017년의 청년의 삶은 당시의 나보다 더욱 힘들고 열악한 것 같다. 87년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공장에 갔을 때 내가 꿈꾼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당분간 칼럼은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와 해결방안을 다뤄보려고 한다. <글 박운기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서대문 2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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