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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03일 (목) 17:01 [제 714 호]
국내 첫 충정아파트, 역사적 보존 필요

1930년초 조선주택영단 건축한 대한민국 첫 임대아파트
85년된 최고령 아파트, 지금도 상인·주민 거주 중
서울시 2012년 ‘미래유산’ 지정 취소 후 대안 없어

△충정로 역 인근 초록색 충정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85년째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런 역사적 가치가 있음에도 보존을 위한 대책이 없어 재건축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인 충정아파트는 초록색의 외벽이 독특하다. 지난 1930년대 초반 지어져 현재까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충정아파트는 인근의 서소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저층부에는 상가가 입점해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로 대한민국의 첫 임대아파트라는 점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만 해도 초창기 건물 소유주였던 토요다씨의 이름을 따 한국식 발음인 풍전아파트로 개칭 혼용되다 유림아파트로 바뀌었다. 그 후 28년이나 더 지난 후 종암아파트가 준공했고, 1962년 마포 아파트가 단지를 이루며 최초의 아파트 단지로 준공됐다. 이어 67년에 세운상가가 건설, 우리나라 최초의 고층 아파트로 완공됐으며 1970년 여의도시범아파트가 고층아파트 단지로는 첫 아파트로 꼽히고 있다.

서울 도심 중앙에 건축한지 85년이나 된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을 넘어서 기적에 가깝다. 이미 1958년 두 번째로 지어진 종암아파트도 철거돼 재건축이 이뤄졌고, 높은 빌딩 숲 사이의 외벽마저 퇴색한 초록색 건물이 아파트라는 사실을 알기 쉽지 않다.
이 아파트의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설계자나 준공연도와 같은 공식 기록이 없어 건축한 지 8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위키백과에 나온 기록으로 살펴보면 충정아파트는 조선주택영단이 주택유형 연구를 위해 대한민국에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가 르꼬르 뷔제가 제안해 산업혁명에서 양산화된 아팔타멘토의 건축양식의 주택으로 건축된 것이 지금의 충정아파트다.

조선주택영단은 주거공급에는 관심이 없던 조선총독부가 일본의 주택영단 창설에 영향을 받아 설립한 단체다 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주택공급 기관인 셈이다.
충정아파트는 6.25 전쟁 당시 인민국 재판소로 활용돼 지하실이 처형소로도 쓰이고, 그 뒤 유엔군 호텔로 매입됐다가 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했다.
미국은 유엔 전용 호텔로 썼는데 「트레머호텔」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초기에는 4층이었는데 옥상에서 미군들이 파티를 하는 모습을 이웃 주민들이 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후 1961년에 희대의 사기꾼 김병조가 불하받아 5층으로 증축하고 「코리아관광호텔」로 이름을 바꾼 1년 뒤 몰수 돼 서울은행 소유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1979년 충정로가 8차로로 도로가 확장되면서 일부가 철거되고 보수를 거쳐 지금의 충정아파트만 남았다.

충정아파트는 삼각형 모양의 뜰을 가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가운데 뜰은 공간이 좁고 오래돼 낡고 지저분 하지만 다른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가끔 중국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을 법도 하다.
이런 형태의 아파트를 블록형 아파트라고 부르는데 외부와 경계를 짓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내부공간을 이루고 있다.
지은지 80년이 넘은 아파트지만, 시멘트 기초공사가 워낙 단단해 확장이 어려워 살고 있는 사람들 조차 수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 거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벽이 갈라지고 새는 등 거주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안전문제로 인해 거주주민들은 재건축을 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는 서울속 미래유산으로 충정아파트를 선정해 단계적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 관계자는 『충정아파트가 서울속 근대 문화유산 예정 후보지로는 선정이 됐으나 본 선정에서 제외됐고, 이유는 알수 없다』고 설명한 뒤 『그 후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문화유산예정지에 아파트는 단 한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지 당시 기사를 참고해 보면 재건축을 바라는 입주민을 설득하는 일이나 비어있는 아파트에 투기를 목적으로 재거주가 시작되는 점 등에 대한 부담으로 근대 문화유산으로의 지정을 보류했다는 것 정도다.
2012년 당시 매입 예정금액이 190억원이었으니 다시 매입을 결정하더라고 이보다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현재 서울시도 충정아파트는 미래유산 지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 삼각형 정원을 가진채 도심속에서 묵묵히 역사를 지켜온 충정아파트는 분명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안전문제로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충정아파트를 어떻게 보존해 나갈지는 서울시나 서대문구의 숙제로 남아있다.


<옥현영 기자>

ⓒ sdmnews 옥현영 기자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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