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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07일 (목) 18:42 [제 825 호]
감시와 견제 권한, 스스로 내려놓은 의회

측은지심 예산 편성, 형평성 논란 어떻게 대응할까?
뇌병변 비전센터 공유재산 심의 등 절차 무시, 다수결 통과

서대문구의회 8대 의회가 지난 17일 정례회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1년반의 일정이 끝났지만, 마지막 회기 선거기간을 제외하고 나면 8대 의원들은 임기 절반 가량을 마무리 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8대 의회는 어쩐일인지 스스로 무기력함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결정한 예산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삭감하거나 증액하는 일은 관례적으로 그렇다 치더라도, 상임위원들조차 알지 못하는 예산이 급작스럽게 예결위에 올라와 떼쓰듯 통과되는 일은 해마다 지적됐기에, 이미 자정노력을 약속해왔던 터였지만 이번 예결위는 특히 절차상 하자를 구의회가 묵인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한 의원의 읍소에 의해 20억원이라는 큰 예산이 다수결로 통과됐기때문이다. 문제의 20억원은 뇌병변비전센터 부지매입을 위한 예산으로 행정사무감사 및 업무보고 일정이 시작된 후 한 뇌병변장애관련 민원인이 행정복지위원장을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뇌병변비전센터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추진중인 사업으로 올해 2곳을 목표로 지난 11월에 마포구에 첫 번째 센터가 문을 열었다.

서울시 장애인중 10.4%에 해당하는 뇌병변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갖추고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해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마포센터 개원 이후 지자체 공모를 진행중이며, 매년 2개소씩 비전센터를 확보해 간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서대문구의회에서도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지원센터를 짓겠다는 취지에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다. 다만 예산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절차와 법을 무시하는 의회의 모습에 반대할 뿐이었다.

센터가 들어설 부지매입을 위해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 10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예산을 지방의회에서 의결하기 전에 매년 공유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계획을 세워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밟아야 했다.
절차를 밟지 못했더라도 불요불급한 경우였다면 지방자치법 46조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의회에 부의할 안건을 미리 공고했어야 한다.

하지만 뇌병변 비전센터의 경우는 서대문구의 담당과인 사회복지과장 조차 제대로 된 조사나 고민, 검토를 할 시간이 없었다. 민원인의 제안과 동시에 사회복지과장은 의회로 불려와 필요성을 전달받았으니 자료 한 장 조차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당연히 공유재산 매입과 관련한 논의를 해야 하는 구의회 재정건설위원 누구도 해당 내용을 알지 못했다.

단지 예결특위에서 예산을 올렸던 안한희 행정복지 위원장의 『측은지심으로 봐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서대문구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예산은 『측은지심』으로만 통과될 수 없다. 감정으로만 이해한다면 형평성의 논리에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비전센터는 주민들의 합의와 도움도 필요한 공간이다. 혹시 반대하는 주민이 있을 경우 이를 설득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절차도 필요하다. 하물며 집행부가 이런 절차와 규칙들을 지켰는지 감시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측은지심』으로만 예산을 통과시킨다면, 앞으로 서대문구의 잘못된 예산집행이나 행정을 바로잡고, 시정할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8대 의회는 어쩐지 스스로의 권한을 자꾸 내려놓으려 하는 모양새다. 30년간 지방의회를 지켜봐 온 기자로서 측은지심과 더불어 걱정이 앞선다.
다수결의 의회민주주의가 법위에 존재할 수 없다.
ⓒ 편집국장 옥 현 영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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