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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8일 (월) 19:39 [제 829 호]
전통주 양조장 ‘같이’

“마을과 사람, 이야기 어우러지는 술 빚고 싶어”
청년 대표가 빚은 전통주 연희시리즈, 매화, 유자, 민트, 팔각
6가지 술로 완성될 첫번째 시리즈, ‘무’에서 ‘유’ 창조해내
술이 좋아 시작한 일, 두 번째 시리즈는 이웃과 함께 만들것

△최우택 사장이 창업후 빚어낸 연희 시리즈들이다. 왼쪽부터 곧 출시될 연희 팔각, 연희 민트, 연희 매화, 연희 유자.
△연희시리즈는 탁주의 이름과 라벨이 맛을 연상되도록 제작해 재주문시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4월 연희동 점포 계약을 마친 뒤 11월부터 탁주 판매를 시작한 전통주 양조장 ‘같이’
△외국 언론과 국내 잡지 등에 소개된 최우택 사장의 술이다.
△청주를 만드는 소줏고리.

탁주로 제조된 「연희시리즈」중 「연희 매화」는 신맛이 강한 체리향을 머금고 있다. 벨기에 술 람빅을 컨셉으로 한 「연희 매화」는 홍제천과 안산 봄을 봄꽃인 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도수도 연희 시리즈 중 가장 높은 12도다.
멥쌀로 만든 술밑에 찹쌀로 다시 덧술해 만든 석탄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일까? 입안에 머금은 술을 삼킨뒤 오랜 여운이 남는다.

「연희 유자」는 단맛과 감귤향이 난다. 유럽의 IPA스타일의 크래프트 맥주가 있다면 양조장 「같이」에는 「연희 유자」가 맞선다. 찹쌀과 멥쌀로 세 번 빚어낸 호산춘을 기반으로 한 연희시리즈 중 유일한 계절주로 10도의 탁주다.

마지막으로 가장 대중적인 「연희 민트」는 모히또를 컨셉으로 산미와 단맛, 민트의 시원하고 매콤한 맛을 담았다. 도수도 9도로 제일 낮다.

술에 동동 떠있는 밥알의 모습이 마치 개미와 비슷해 동동주로도 불리우는 「부의주」를 베이스로 해 전통주와 민트라는 다소 이국적인 탁주에 연희동의 특징을 담아 넣었다.
각 술의 가격은 도수와 비례한다. 12도인 연희매화는 1만2000원, 10도인 연희 유자는 1만원, 연희 민트는 9000원이다. 곧 출시될 연희 팔각은 11도이니 1만1000원이다.
가장 대중적인 연희민트의 가격은 청년들의 최저 시급과도 비슷하다. 한시간 일해 번돈으로 사서 마실수 있는 전통주가 있어야 한다는 마음도 담겨 있다.

이 모든 술을 빚어낸 전통주 양조장 「같이」의 최우택 사장(38세)은 이야기가 담긴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 연희동에 양조장의 문을 열었다.
『우선 상권을 고려했고, 두 번째로 주택가와 상업지가 공존하는 곳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연희동이 모든 조건과 맞았다』는 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술을 좋아했던 그는 우연히 배상면주가에서 청년들을 상대로 하는 전통주 강좌를 듣고 매력에 빠져 대학원에 진학해 양조학을 전공했다.
그 뒤 전통주 교육기관은 한국전통주연구소에 들어가 자회사 형태의 공방을 5년간 운영하다 독립해 창업을 결심했다.

지난해 4월 목공방이었던 현재의 가게를 임대해 국세청과 식약처의 양조허가를 받아 1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오픈 준비를 하며 지금까지 최사장이 빚어낸 「연희시리즈」는 총 4가지로 모두 6종류의 술을 첫 번째 시리즈로 발매할 계획이다.

『매화와 유자, 민트 외에 팔각이 곧 출시된다. 팔각은 중국음식에 주로 쓰이는 향신료로 중국집에 많은 연희, 연남동의 음식들과 어울릴 것 같아 착안하게 됐다』는 최사장의 설명대로 팔각향이 담긴 연희 팔각은 독특하고 이채롭다. 11도의 도수도 기름진 중국음식과도 맞춤이다.
다섯 번째 시리즈는 홍차를 넣은 「연희 홍차」로 출시될 계획이다. 마지막이 될 여섯 번째 연희시리즈는 아직 미정이다.

양조장에서 빚어낸 술이 마을의 상점, 주민, 그리고 마을을 찾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야기를 만들어 갈수 있길 바랬다는 최우택 사장은 전통주는 빚어낸 술이란 이유로 비싸게 팔리기에 오히려 대중화에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동안 그가 몸담았던 곳의 전통주 이름은 「만강에 빠지다」 「풍정사계」 「장성만리」등 술의 특징보다는 마시는 이의 느낌을 강조해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술을 마시고, 다음에 다시 마시고 싶어도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전통주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 양조장에서 만드는 술들은 라벨과 이름에 통일감을 주어 맛과 이름이 잘 떠오를 수 있도록 했다.
「이름도 직원적으로, 가격과 라벨을 직관적으로」만들어 가겠다는 주인장의 오기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탁주의 경우 주세가 판매가격의 5%라면 청주는 35%나 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내려오던 과세 방식이라고 최사장은 설명한다.

탁주에 비해 증류를 해야 하는 청주는 같은 양의 재료를 사용해도 절반 정도밖에 만들 수 없기에 2배가격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세금까지 곁들여지니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유통기간은 길고 도수도 높아지긴 하지만, 「같이」에서는 우선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탁주를 첫 번째 시리즈로 만들었다.

2번째 시리즈는 양조장의 이름처럼 주변 인근 상권들과 협업해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설을 맞아 연희시리즈 3병과 연희동에 훈제연어와 훈제치즈를 만들어 파는 롱버트, 연남동의 한식부페 김치 부각을 안주로 곁들여 선물세트 60개를 출시했다.
개당 4만5000원의 선물세트는 판매할 때마다 최사장이 5000원씩을 기부한다. 구입고객에게도 5만원에 구입하면 함께 5000원씩 1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안내는 하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60세트를 다 팔아도 300만원이다. 그 중 70~8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면 멋진일이 아닐까?』
젊은이다운 해석을 내놓은 최 사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전통주 양조장이 즐겁고 행복하다.
술빚기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소 3인 이상이면 1인당 5만원씩의 수강료와 재료비를 받고 연희 민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클래스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약 1.5리터의 완성된 연희민트와 연희시리즈 1명을 제공한다.

아직 큰 돈이 되지는 않지만, 코로나 시기에 매출이 조금이나마 늘고 있다는 점은 기쁘고 다행한 일이다. 전통주 양조장 「같이」의 의미처럼 혼자 시작한 일이 같이가 되고 함께가 되길 소망해 본다.

<옥현영 기자>

ⓒ sdmnews 옥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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