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1 (토)
 
기사검색
 
우리동네 맛집
느린 시간속 여행
기업탐방
> 탐방 > 느린 시간속 여행
2021년 11월 18일 (목) 14:50 [제 854 호]
느린시간 속 여행 8 · 제주도 국궁 활터 백록정

2000년 역사 품은 활쏘기 “국궁” 맥 잇는 백록정
백록정 문은배 사두 “실업팀 없는 제주 국궁 아쉬워”
8개의 활터 400명 궁수로 활동중, 국궁 맥잇기 주력

△서귀포에 위치한 활터 백록정은 검은 바위가 많은 바다라 하여 이름 붙여진 금음녀에 자리잡고 있다. 몇년전 왼쪽으로 6번째 올레길이 생기면서 활터가 바다쪽으로 옮겨왔다.
△백록정의 두목으로 불리는 문은배 사두다. 그는 활 모양이 이쁠 수록 화살이 잘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궁 입문 10년만에 5단 명궁이 된 그의 제주도에 국궁실업팀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전한다.
△바다를 가로지른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국궁 회원들이다. 사대와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나 된다.
△활터에는 회원들이 사용하는 활들이 가지런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백록정의 회원은 40여명으로 그 중 1/3이 여성회원이다.
△백록정의 모토인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한다는 ‘정심정기’가 새겨진 표석이 백록정 앞에 서 있다.

서귀포 검은녀에는 바다를 가로질러 서 있는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사두들의 활터 백록정이 있다. 백록정의 두목으로 불리는 사두 문은배 씨는 10년전 국궁의 매력에 빠져 활을 잡기 시작했다.
제주도 국궁의 시작은 1945년이었다. 제주에는 백록정을 비롯한 6개의 활터가 있고, 300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며 모두 대한체육회 선수로 등록돼 있다.

바다를 가로지른 활터는 백록정이 유일하다. 10년만에 5단으로 승급한 문은배 사두는 『국궁에는 4가지 예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궁사가 사대(射臺)에 올라 활쏘기를 처음 접할 때 치루는 예식을 집궁례라하는데 이는 첫 활을 쏘기 위한 제례를 말한다. 국궁은 2번에 나누어 10발을 쏘개되는데 그 중 5발이 모두 과녁에 맞는 것을 몰기라 하고 이때 역시 예를 갖춘다. 5개의 화살을 다 맞추면 접장의 칭호를 준다. 마지막으로 국궁을 떠나게 될 때 치르는 납궁례가 있다. 국궁은 전통 무예인만큼 모든 것이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난다.

백록정의 현판에도 활쏘기를 앞두고 해야 하는 여러 예법이 소개돼 있다. 그 중 정심정기가 백록정의 화두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과거 국궁은 왕실의 무예였고, 사대부의 스포츠였다. 때로는 기생을 불러 술을 마시며 즐기기도 했지만, 절대 주사를 허용하지 않는 운동이기도 하다. 이 원칙은 지금도 이어진다.

또 활 5발을 내고 나면(국궁은 활을 쏜다고 하지 않고, 낸다고 한다)반드시 일정시간을 쉬어야 한다. 「일시천궁」, 하나의 화살에 목숨을 걸고 집중하니 에너지와 힘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물소뿔과 소심줄로 이뤄진 활은 민어부레풀로 붙인다. 그래서 궁장이 만드는 활은 수십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활은 여름활과 겨울활이 다른데 여름에는 센 활을, 겨울에는 약하거나 센 활을 모두 쓸수 있다. 하지만 활을 내기 전에 활모양을 예쁘게 가다듬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백록정의 활터는 바다를 가로질러 활을 내게되므로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 자칫 활이 바다에 빠지는 낭패를 막기 위해서 왠만한 궁력으로는 사대에 오르지 못한다. 가끔 초보자들이 활시위를 당겨보고 싶어할 경우를 대비해 줄을 매어 화살을 내어 볼 수는 있다.
백록정에는 4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중인데 이중 3/1이 여성이다. 80세가 넘어서도 활을 당기는 근력을 자랑하는 회원들도 많다.

국궁의 승급은 1단부터 9단까지로 구성되는데 보통 1단을 승급하는데 4~5년이 소요될 만큼 어려운 운동이다. 백록정의 문은배 사두는 명궁의 호칭을 받을 수 있는 5단으로 승급하는데 10년이 걸렸으니 그가 얼마나 국궁에 매료 됐었는지 알 수 있다.

유명 호텔의 쉐프로 일했던 문은배 사두는 20년쯤 전 모든 일을 접고 제주로 들어왔다. 일로 우연히 들른 제주가 서울생활의 팍팍함 속에 잊혀지지 않았고, 가족들과 함께 제주행을 결심했다.
『제주는 지금도 그렇지만, 육지와 섬의 경계가 뚜렷한 곳이고, 사람 사이에도 그 경계는 넘을 수 없는 한계』라고 얘기하는 문 사두는 그렇게 외로운 타지인의 삶을 활쏘기에 녹여냈다. 지금은 10년간 수없이 활을 내고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알게된 국궁의 매력을 홍보하고 알리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전국체전에도 출전을 했지만, 제주도 국궁은 아직 타 지역에 비해 밀리는 편』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제주도가 유일하게 국궁 실업팀이 없는 지역』이라는 안타까움을 전한다. 전통무예에 대한 관심과 국궁에 대한 애정을 쏟아 제주 국궁 실업팀을 만들어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램도 더한다.

검은바위가 있다해서 불리어진 이름인 검은녀에 설치된 백록정은 수변경관특화지구여서 다른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다.
국궁장 과녁 옆으로 6번째 올레길이 생기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양궁 전용장이 없으니 국궁장 에서 양궁선수들이 운동을 했었지만, 양궁의 유명세가 커지면서 지금은 전용양궁장이 생겼다.

6곳의 활터 중 바다를 접하고 있어 가장 기운이 세다는 백록정에는 은퇴 후 국궁을 위해 활터를 찾는 노부부부터 20대의 청년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일을 갖고 있어 오후 2시만 되면 한명씩 활터를 찾아 매일 활을 잡는다.
검은 바위 앞 짙푸른 바다를 향해 활을 내는 궁사의 후예들. 그들의 꿈이 오늘도 과녁을 향해 돌진중이다.                        

 <옥현영 기자>

ⓒ sdmnews 옥현영 기자
서대문사람들 카카오톡채널
 

회사소개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광고안내 구독안내
서대문사람들신문사/발행인 정정호  esdmnews.com Copyrightⓒ 2006   All rights reserved.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7안길 38 B동 301호/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서울다-3012/등록일자 1993.6.8 Tel: 02) 337-8880 Fax: 02) 337-8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