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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10일 (목) 16:09 [제 864 호]
커피 유명세속 잊혀진 강릉 경포대, 시와 그림에서 찾다

아름다운 경포호의 풍광, 경포 팔경 속에 담겨 사랑 받아
건조주의보와 강풍 속 화재 ‘솔향강릉’ 봄의 단비를 기다려

△경포대의 현판 제일강산의 글은 주지번이 썼으나 그 후 강산의 두 글자는 후대에 다시 써 넣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포대 누마루에서 바라본 경호포의 모습이다.
△경포호의 입구 현판은 조선후기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유헌재가 썼다.
△경포호의 기와 밑으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아름답다.
△경포호 앞 입구에는 경포팔경을 그린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강릉을 대표하는 강원도 유형문화제 제 6호인 경포대는 명승 제 108호이기도 하다.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강릉은 커피 장인이 소개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명소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경포대에서 내려다 보는 강릉의 바다는 10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아름다운 절경으로 문인과 예술인의 사랑을 받아왔던 곳이었다.

고려말 1326년 창건된 경포대는 앞에서 바라볼 때 5칸, 옆에서 볼 때 5칸에 32주의 기둥을 갖춘 모습으로 창건됐으나 여러번 중수와 중건을 거친 후 1897년 경 강릉군수 전헌시에 의해 남쪽과 북쪽 누마루를 지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경포호의 아름다운 절경은 예로부터 시문학 과 그림의 소재가 되었으며, 신라시대에는 화랑들의 순례처였음이 알려지기도 했다.
경포대에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숙종의 어제시와 율곡 이이가 열 살때 지었다는 경포대부 복사본이 걸려있다.

숙종은 어제시를 통해 「난초지초 동과 서로 가지런히 감아돌고/십리호수 물안개는 물속에도 비치네/아침햇살 저녁노을 천만가지 형상인데/바람결에 잔을 드니 흥겨움이 넘치네」라며 경포호의 아름다움을 시로 남겼다.

오죽하면 주지번은 우리나라 최고의 강과 산이라는 의미의 「제일강산」의 현판을 남겼을까?
명승 제 108호인 경포호는 과거에는 바다였지만, 해안사구로 바다가 막히면서 형성된 자연 호수가 됐다. 호수가 거울처럼 맑아 경호라 불리었으며,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하며 군자호(君子湖)라고고 불렀다. 호수 가운데에는 우암 송시열의 글이 새겨진 새바위에 정자 「월파정」이 있다.
4㎞나 되는 호수의 둘레가 과거에는 대략 30리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보다 더 넓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퇴적작용으로 축소됐다.

경포호는 기생 홍장과 박신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경포팔경은 물론 하늘과 바다, 호수와 술잔과 님의 눈동자에 비친 5개의 달을 볼 수 있는 달맞이 명소로 많은 이야기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경포대 주변 담길에는 경포의 아름다움을 화선지에 옮겨담은 겸재 정선의 그림과 이방운, 김아름의 아름다운 경포팔경이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달랜다.

강릉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경포팔경은 한송정 터에서 보는 「녹두 일출」, 시루봉 일몰의 「증봉낙조」, 죽도에서의 달맞이 광경인 「죽도 명월」, 바다와 호수에 비친 고갯배의 불빛인 「강문어화」, 초당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초당취연」, 홍장암에 내리는 밤비 「홍장야우」, 환선정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 「환선취적」, 한송정에서 치는 저녁종소리 「한송모종」으로 8가지 아름다운 경치에는 강릉을 가장 대표하는 감각들을 표현해 담았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선교장은 강원도에서 가장 잘 남아 있는 품위있는 사대부 가옥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 상류층의 가옥을 대표하는 곳으로,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경포호가 지금보다 넓었을 때, 『배를 타고 건넌다』 고 하여 이 동네를 배다리 마을(船橋里)이라 불렀는데, 선교장이란 이름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다.  조선 영조때(1703년) 효령대군의 후손인 이내번이 족제비 떼를 쫓다가 우연히 발견한 명당 자리에 집을 지은 후, 후손이 지금도 살고있다.

강릉의 경포를 찾았던 지난 3월 초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던 중이었다. 강릉 옥계에서 한 주민의 방화로 시작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동해까지 번지는 슬픈 사건이 발생했다. 소나무가 많아 「솔향강릉」으로 불리는 강원도 산의 소나무들은 송진을 태우며 무섭게 타올라갔다.
주문진에서 곰치국 식당을 운영하는 여사장님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묵호에서 피난 나온 손님들에게 따뜻한 국 한사발을 가져다 줬다.

첫 맛은 심심하던 곰치국은 식어갈 수록 점점 깊고 시원한 맛으로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저 바라보는 바다는 바다일 뿐이지만, 오랜시간 바라보다 보면 가슴 한켠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느낌과 이상하리 만치 닮아 있는 맛이었다.
2년전 강릉이 좋아 휴휴암 부근에 거처를 얻어 살기 시작했다는 한 주민은 『지난해 산불이 났던 지역을 지나가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며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인재로 몸살을 앓는 강원도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산불은 지난해보다 더 크게 번지고 있다고 하니 강릉의 모습이 바뀌게 될 지도 모른다』며 걱정도 덧붙였다.

아름다운 경포호의 팔경이 오래 전해질수 있도록 건조한 산자락을 적셔줄 봄비를 기다려 본다.


<옥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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