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지나간 자리에 보라색 핑크뮬리와 연갈색 억새들이 바람길을 따라 눕는다.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털들이 한쪽으로 길을 내며 방문객들을 이끄는 듯 하다. 인천공항 제1,2활주로 앞에 위치한 하늘정원은 사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들이 핀다. 봄에는 유채꽃이 장관을 이뤘다는 이곳엔 11월 억새가 꽃이 진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늘에는 10분 간격으로 비행기들이 한국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길 반복하는 영종도 하늘공원엔 10월 초 흰색, 분홍색, 주홍색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이 장관을 이뤄 인생샷을 찍으러 오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단다. 9월15일부터 10월9일까지 개방했던 코스모스 축제의 주인공들은 사라지고 지금은 억새와 핑크뮬리만이 마지막 가을을 기록하고 있다.
억새밭 중간에는 전망대를 겸한 오두막도 있어 걷다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오전이나 대낮에도 따뜻한 가을을 즐기기에 그만이지만, 해가 질 무렵 찾는 하늘정원에는 붉은 빛의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영종도 하늘공원 주변에는 마시안 해변과 을왕리 해수욕장이 있어 바다와 정원을 한꺼번에 즐길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곳은 인천공항공사가 지역사회공헌을 위해 38㎡규모의 공원에 2018년부터 꽃밭을 조성해 일반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중이다.
하늘정원에는 전망대와 흔들그네, 원두막, 야외테이블이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날씨가 좋을때는 주차장 옆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뤘을 뒤편으로 구멍이 숭숭뚫린 노란 우산이 누워있다. 그 앞으로 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바람을 따라 핑그르르 돈다. 빨강, 파랑, 노랑이 단청을 떠오르게 하는 나무 다리는 억새밭을 지난 뒤 만나게 되는 또다른 재미다.
하늘정원에서는 하늘광장, 하늘 걷기, 전망대, 초화 언덕, 바람의 언덕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산책을 하거나 드라이브코스로 방문하기에도 좋다. 올해는 가을이 덥고 비가 많아 단풍이 예전같지 않다고들 아쉬워한다. 11월이 가기 전 단풍 대신 영종의 하늘공원을 찾아 가을 억새를 즐겨보는건 어떨까?
<옥현영 기자> |